2016. 1. 14.

 

 


어제 영하 8도의 추위였다.
출근 길에 연남동 숲길 도랑 밑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아기 리트리버를 만났다. 겁에 질려서 도랑에서 나오지 않던 강아지. 우리집 자갹이를 도랑으로 내려가게 하니까 그제서야 냄새를 맡으며 나온다. 한 눈에도 아직 어린 강아지로 보였는데...
사무실에 도착해서도 이 아이가 계속 생각이 나서 부랴 부랴 퇴근했더니 여전히 도랑에서 추위와 무서움에 떨고 있었다.

사진은 사료와 간식으로 겨우 유혹하여 나오게 하는데 성공한 모습.
그런데 사료만 먹고 바로 도랑으로 도망친다.ㅠㅠ

 

 

가족의 도움을 받아 겨우 이 아이를 도랑에서 꺼내어 안고 집으로 왔다. 목욕시켰더니 제 발로 침대에 올라간다. 아마도 침대생활하던 강아지인 듯.

강아지가 얼마나 귀여운지 모른다.일단 네이버 대표카페인 강사모에 주인찾는다는 공지 올리고...

오늘 아침에는 우리집 자갹이랑 꼬마랑 이 강아지까지 세 마리나 데리고 안양종합운동장 옆에 있는 이풍호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집은 홍대쪽인데.. 

 

 

이풍호동물병원은 바다가 하늘나라로 가기 전까지 몇 년간 다녔던 병원인데, 원장선생님이 정말 믿음직하고 훌륭하신 분이다. 아직 홍대에서는 이런 분을 만나지 못해서 아쉽다.

작년 말에 새로 구입한 내 자동차...
강아지라 멀미가 심했는지 갈 때, 올 때 차 시트에 두 번 토하고 ㅜㅜ
그런데도 얼마나 순한지 차 안에서는 순둥이처럼 잠만 잤다.

우리 자갹이도 얼마나 이쁘던지...
낯선 친구가 집에 왔는데도 꼬리 흔들면서 냄새 맡아주고, 자기 사료도 양보하고, 개 껌도 양보하고 정말 양보심 많은 자갹이.

자갹이는 연남동 숲길에서도 성격좋은 강아지로 통한다. 흐뭇~ 

 

 

이풍호 동물병원 원장님이 말씀하시길 '상태로 봐서는 주인이 잃어 버린 것 같고, 아마도 애타게 찾고 있을 것이니까 공공기관에 맡기는게 좋을 것'이라고 하셨다.

잃어 버린 사람은 가장먼저 공공기관에 연락을 하기 때문이란다.
서울은 시스템도 잘 되어 있어서 개인이 데리고 있으면 주인과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실은 구조할 때 구청에 연락을 해야하나 고민했었는데, 안락사될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어서 집에 데려 온 것인데...

선생님 말씀으로는 서울은 거의 그런 일이 없다고 한다. 유기견을 키우는 사람도 많고, 시스템이 잘되어 있어서 이 아이는 주인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그리고 아직 어린 강아지라 새 주인을 만나기도 쉽단다.  생후 3개월정도 되었다고 한다. 유치가 빠져 치아도 몇 개 없었다. ㅜㅜ

 

 

동물병원에서 돌아오자마자 지역경제과의 담당자에게 연락했다. 주변에 맡아 줄 만한 동물병원을 찾아서 연락주겠다고 하더니 금방 와서 데리고 갔다.
데리고 가 준 곳은 연남동물병원...고마웠다. ㅜㅜ
동교삼거리에서 연희동쪽으로 조금 가면 있는 병원이다. 요즘은 동물병원에서도 유기견을 맡는 것을 거의 거부한다는데, 연남동물병원도 원장님이 훌륭하시다는 얘기를 전부터 들었던터라  더 감사했다. 언젠가 한번 가서 인사를 해야지...

 

 

그런데...
정말이지 다행스럽게도 오늘 저녁에 애견카페 공지글을 읽고 연락이 왔다.
역시 주인이 애타게 찾고 있었단다.

주인은 우리 사무실 근처에 사는 분인 것 같다. 연남 숲길에 산책왔다가 강아지가 도망간 듯.
부모님이 사시는 산속에서 데려온 지 일주일밖에 안되었다고 한다.
어쩐지 자동차나 소음에 굉장히 예민하고 겁이 많아서 병원에 데리고 가는내내 힘들었다. 풀숲으로 뛰어들어 가 버린다거나 해서...

이렇게 베개를 베고 자는 모습,
너무 귀여웠다. 몰리...

 

우리 꼬마는 이 아이가 있는내내 스트레스였다. 하루종일 울어댔는데...
오늘 밤에는 몰리가 주인을 만나서 꿀잠을 자겠지.
(몰리라는 이름은 우리가 붙여준 이름이다. ;;)

'몰리, 반가웠다.
새해에 너를 만나서 행복했고, 주인을 찾아서 더 좋았어...
너의 귀여운 눈빛 잊지 못할 것 같아...건강하게 잘 자라렴. 보고 싶을거야. ㅜㅜ'

 

 

 

구구절절한 일기가 되어 버렸다. 왠지 뿌듯하고, 따뜻한 하루가 되어서...
기분이 좋아서 일기도 길어졌다. 새해에는 말 좀 줄여보자..라고 결심했는데. ^^;;